댄스음악의 DNA  — 트레실로

2017년 미디엄에 썼던 글을 옮김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라는 프로젝트에서 텐서플로우를 이용한 딥러닝 기반의 음악 생성모델 개발에 필요한 음악적인 아이디어와 시각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결과물을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 한 명의 프로듀서/뮤지션으로써, 그리고 약간의 프로그래밍적 피드백을 주는 작업을 수행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소규모 프로덕션 레슨을 진행하기 위한 필요로 음악 창작의 프로세스를 정량화하는 시도를 계속 이어오는 중이었는데, 나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 그리고 이런 분야를 다룬 한국어 텍스트가 매우 부족한 것을 느꼈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시작한다.

3+3+2 리듬 (또는 트레실로Tresillo)

3+3+2 리듬, 또는 트레실로 라고 불리는 이 패턴은 정확한 기원을 찾을 수 없으나, 아프리칸 / 라틴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이며 초기 시절의 재즈에서도 찾아볼수 있다. 심지어는 이러한 민속 리듬을 차용하거나 전면에 내세우게 된 최근의 댄스 음악의 경향으로 인하여, 그야말로 우리는 쉴 새 없이 3+3+2 리듬에 노출되게 되었다. 그렇다. 디제이 라샤드의 곡, Feelin의 바로 그 리듬 말이다.

심지어 Night Slugs Allstars Volume 2 (2013) 의 경우에 이르게 되면, 앨범에 수록된 곡에서 트레실로 패턴이 등장하지 않는 트랙을 찾기가 더 어려우니, 이쯤되면 ‘UK Funky’의 DNA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외에도 트레실로를 전유했거나 혹은 시그내쳐 리듬으로 내세운 댄스음악은 앞서 말한 (포스트 덥스텝, 퓨쳐 개러지로 명명되다 결국 아무도 이름을 정하지 못한)UK Funky 라고 불리는 류의 음악들 외에도 보그Vogue, 풋워크Footwork, 져지 클럽Jersey Club에서 곧잘 등장하는 유니즌 브레이크 파트 — 그리고 지금도 수없이 사운드클라우드에 등록되고 있는 미상의 베드룸 프로듀서들의 트랙들까지 — 모두 다 찾으려면 상당히 긴 리스트가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나잇슬럭스의 두번째 컴필레이션에 수록된 걸 유닛의 Ensemble (Club Mix)는 첫 시작을 킥 드럼의 트레실로 패턴으로 시작한다.

3+3+2란 말은 16분 음표들 사이의 간격을 16분음표로 나누었을 경우 몇 개의 음표들이 자리하는지 를 가리킨다 (fig1 참조) 인간의 시간적 게슈탈트 인지를 이용한 사례로 볼 수 도 있는데, 흔히 4분의 4박의 음악이 주는 효과는 단순히 4분음표가 4개 있는 것을 떠나서 짝수 단위 (정확히는 2^n)로 리듬을 구성하고 읽어내려 하는 경향성을 비틀어, 짝수 박으로 흔히 묶일 음 길이와 위치를 홀수 박의 음악으로 들리게 하는 일시적인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식으로 리듬을 묶어 복합적인 미터Meter로 들리게 하는 테크닉을 흔히 그루핑Rhythmic Grouping이라고 부르게 되며, 트레실로의 가족 리듬이라고 할 수 있는 클라베Clave 리듬, 더블 트레실로, 찰스턴 등에서도 3–3–4 또는 3–5 등의 복합적인 구성을 띈 패턴들을 음악에서 발견할 수 있다.

fig2. 트레실로의 변형 또는 가족 리듬

그렇기에 트레실로는 하나의 리듬으로써 혼자 연주될 경우 큰 효과를 발휘하지 않지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리듬들과 함께 중첩superimposition을 이룰 경우 특유의 당김음이 더 강조됨으로써 효과를 더하게 된다. 이 경우 폴리리듬 — 둘 이상의 서로 상반된 미터-빠르기의 리듬이 동시에 연주되는 경우 — 보단 수직 헤미올라Vertical Hemiola라고 부르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

대체로 트레실로는 그 곡의 테마를 이루는 악기들에게 배치되거나 타악기 구성에서 리드를 맡는 악기에게 주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댄스음악의 특성상 대체로 킥이 가장 크게 들리고 곡을 이끌기 때문에 트레실로의 꼴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외에도 덜 지연되거나 중간에 위치한 음을 생략 / 추가하는 등의 변형들이 많이 쓰이게 된다.

도대체 이런 경향은 언제부터 생긴것일까? 음악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현상적인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경향성 외에 정확한 이유를 찾기란 사실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트레실로가 언제까지 댄스음악의 유행가가 될 지, 유효기간이 언제 끝날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트레실로를 포함한 많은 전통음악 리듬이 아주 간단한 알고리듬을 통해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리니어 드러밍 / 시퀀싱에 대해 다룰때 같이 언급하기로 한다.